1970~19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변신

197019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변화를 겪었습니다. 단순히 평면 위에 그려진 이미지나 전통적인 회화 양식에서 벗어나 작가들은 새로운 표현 방식을 탐구하게 됩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평면성을 재해석하고, 작품의 물리적 재료가 지닌 물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들이 나타나며, 추상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97019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변신 과정을 살펴보며, 평면에서 물성으로의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탐구한 철학적 배경을 탐구해 보겠습니다.

1. 추상미술의 새로운 출발점

1970년대 한국 미술은 세계적인 미술 흐름과 맞물려 변화의 시기를 맞이합니다. 당시 미술계는 추상미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한국 미술가들은 단순히 서구의 양식을 답습하는 데 머물지 않고 평면성이라는 개념을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시작합니다.

회화의 평면성은 미술 역사에서 오랫동안 작품을 분석하는 기준 중 하나였습니다. 전통적인 회화는 주로 3차원의 공간을 평면에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20세기 초반부터 회화가 지닌 평면성을 있는 그대로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 한국 미술계에서는 이일과 오광수와 같은 평론가들이 평면성을 강조한 예술적 담론을 펼치며,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갔습니다.

그들은 회화가 단순히 평면 위에 그려진 이미지가 아니라, 평면 자체가 작품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한국 미술가들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회화적 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평면성의 재해석은 197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출발점이 되었고, 작가들은 더 이상 평면을 3차원적 공간으로 전환하려 하지 않고, 평면 자체의 순수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2. 평면에서 물성으로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한국 추상미술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물성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평면을 재해석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들은 평면 위에 사용되는 재료의 물리적 특성을 탐구하며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시도했습니다. 물성은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 자체가 지닌 물리적, 촉각적 성질을 의미하며, 이는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하종현은 물성을 강조한 작품을 선보이며, 평면 위에 물리적 소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창적인 회화를 구현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에서 사용된 마대는 그 자체로 강렬한 물질적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평면 위에 물질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하종현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가 사용한 재료 자체의 성질을 통해 시각적 만족뿐 아니라 촉각적 경험까지 유도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성 탐구는 단순히 평면에 그린 그림을 넘어, 재료 자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회화적 접근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물질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1980년대에 이르러 더욱 깊어졌고,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재료와 그 물질성이 주는 감각적 경험을 탐구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3. 전통적 회화에서 벗어나다

197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추상미술에서 또 다른 중요한 흐름은 탈이미지였습니다. 탈이미지란 전통적 회화에서 그려지는 구체적인 형태나 상징적 이미지를 없애고, 회화 그 자체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기존의 회화적 구도나 형태에서 벗어나, 평면 자체와 재료의 본질에 집중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김용익과 박서보와 같은 작가들은 탈이미지 작업을 통해 평면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나 형태를 제거하고, 평면 위에 남아 있는 순수한 요소들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박서보는 그의 유명한 ‘묘법’ 시리즈를 통해 평면성의 본질을 탐구하면서도, 재료가 지닌 물리적 특성과 촉각적 감각을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탈이미지 작업은 당시 한국 미술계에서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았으며, 전통적인 이미지 기반의 구상 회화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예술적 경향을 형성했습니다.

4. 물성 회화의 시도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물성에 대한 탐구는 더욱 구체화되고, 재료가 주는 물리적 특성을 강조하는 물성 회화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물성 회화는 단순히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작품의 재료가 지닌 물질적 특성을 중요한 예술적 요소로 삼는 작품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의 작가들은 단순히 시각적 만족을 넘어, 재료 자체가 주는 감각적 경험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윤형근, 이강소, 신성희 등 여러 작가들이 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회화에 반영하는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은 작품에서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질감과 형태, 그리고 그것이 주는 촉각적 반응을 중시했습니다. 물성 회화는 재료 자체가 가진 물리적 성질을 작품의 핵심 요소로 삼으며, 평면을 넘어선 새로운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시각적 요소에만 의존하지 않고, 작품의 재료와 그 촉감이 관객의 감각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게 했습니다. 회화는 더 이상 시각적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촉각적이고 감각적인 예술로 확장되었습니다.

5. 서구 미술과의 교류와 한국적 해석

한국 추상미술의 변신은 단순히 국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국제 미술계의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1970~1980년대는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물질미학 등이 주목받던 시기였으며, 한국의 미술가들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한국 작가들은 서구의 예술적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국적 감성을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1970~19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은 단순히 서구 미술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 흐름을 한국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한 독특한 양식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6. 한국 추상미술의 변화가 남긴 유산

1970~19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변신은 평면에서 물성으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열었습니다. 작가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서, 평면의 본질과 재료가 지닌 물리적 특성을 탐구하며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표현을 시도했습니다.

이들의 실험은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예술적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물질 자체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은 예술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21세기에도 그 유산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7. 한국 추상미술의 미래를 향한 도전

1970~19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변신은 평면성과 물성에 대한 예술적 탐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이 시기의 작가들은 물질이 지닌 본질을 회화에 반영하며, 평면을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경계를 개척했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으며, 그들의 도전은 오늘날에도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 미술가들의 실험적 시도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으며, 평면과 물질을 넘나드는 그들의 예술적 여정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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